교육활동 자료실

교권! 묻고 답하고

광주교사노동조합은 기본 생각이 없으신분들입니까?

나희선 2019.09.16 12:37 조회 36

교사가 아닌 일반 사람도 이런생각을 하는데, 광주교사노동조합은 이런생각도 못하는 분들이신가 봅니다.


KBS광주방송총국 정병준 보도국장의 페북에서 공감가는 내용이어서 퍼 옮깁니다.

<매뉴얼 교육유감>

어제 밤은 고려고 문제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수년동안 토론을 진행했는데, 이렇게 뜨거운 토론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토론을 마치고 소회를 적는 일도 처음인 듯 합니다.

고려고는 수학시험문제를 유출하고, 상위권 학생들을 특별관리했다는 의혹으로 광주시교육청의 특별감사를 받았습니다. 그 결과 교장 파면, 교감 해임을 포함해, 전체 교직원의 80%가 징계 요청을 받았습니다. 문제가 지적된 교사는 검찰에 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사안이 심각했던 만큼, 토론은 보기 드물게 불꽃 튀었습니다. 유출이다-아니다, 특별관리다-수준별 관리다, 양측은 55분동안 팽팽히 맞섰습니다.
그런데 토론이 끝나갈 쯤, 이 사안의 본질을 짐작케 하는 단초 하나가 제시됩니다. 교육청이 만든 ‘학업 성적 관리 매뉴얼’입니다. 이 매뉴얼대로 하면 문제가 없는데 이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서 문제가 생겼다는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교육은 교사가 합니다. 교육의 주체는 교육청이 아니고 교사입니다. 인간이 인간을 가르치고 평가하는 일을 매뉴얼대로 하라니, 교사가 기계가 아니고, 학생이 제품은 아니지 않습니까?
저희 회사에도 매뉴얼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현장에서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한 참고자료입니다. 늘 변하는 방송의 현장에서 일어날 일을, 거기에 모두 담을 수는 없지요, 당연히 그 매뉴얼을 어겼다고 처벌받는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매뉴얼을 지키기 않아서 잘못됐다는 교육청 장학관의 그 한 마디는, 고려고 문제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늠케 했습니다. 지금 광주시교육청이 관료주의, 권위주의적 행태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의심입니다. 옛 박정희 정권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관료주도의 경제발전, 그런 거 말입니다.

1시간 토론을 통해 드러난 사실들은 이렇습니다.
고려고에 잘못은 있습니다. 그 잘못은 대부분 실수와 약간의 나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교육청도, 교사들이 누군가 특정 학생을 위해 의도를 가졌다는 걸 밝혀내진 못했습니다. 뭔가 조작을 했다는 감사결과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고려고의 잘못들이 교사들의 실수와 약간의 나태에서 온 것이라면, 정도의 문제이긴 합니다만, 실수와 나태는 저를 포함한 모든 인간이 날마다 되풀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고려고가 의도를 가지고 교육청의 지침을 어긴 것이 한 가지 있긴 합니다. 수준별 이동수업이라고 하는 겁니다. 영어와 수학 수업을 할 때, 학생들의 성적에 맞춰 학급을 이동해서 수업을 하는 겁니다. 광주시 교육청에서는 이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고려고는 부득부득 했다는 겁니다.
학생들에게 수준별 수업을 제공해야 효과가 있다는 건, 어제 토론에 나온 교육관계자들 모두 공감하는 일입니다. 문제는 그 방식인데, 교육청 관계자는 한 교실 내에서 수준을 나누어 해야 한다고 하는 걸, 고려고는 교실을 옮겨가며 했습니다. 그 결과 우수학생 뿐 만 아니라, 저학력 학생들에게서도 많은 성과를 거뒀다는 게 고려고 측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수업을 금지 하는 것이 전국에서 광주와 제주 2곳 뿐 이랍니다. 그 밖에 15개 지역에서는 허용하는 수업방식입니다. 실력 차이가 나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효과적인 교육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의 차이, 그 차이 때문에 지금 고려고 교사 80%가 징계를 받을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어제 토론에서는 심지어, 이동수업을 금지 할 수 있는 권한이 교육감에게 있느냐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토론과정에서 지난 2016년 교육청이 수준별 이동수업을 금지하는 지침을 시행할 때, 고려고 교장이 강력히 반발했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고려고의 이런 ‘반발’이 이번 교육청 특별 감사의 원인이 되지는 않았을까요?

토론의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광주시 교육청은 이번 감사에서 특정 학생을 위한 의도를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조작도 없었습니다. 다만 교사들의 실수와 일부 나태가 있었을 뿐입니다. 이동식 수업에서 교육청의 지침을 어겼다 하드라도, 그 또한 교육적 의도를 가지고 있고, 전국 대다수 지역에서 시행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그것을 광주시교육청은 매뉴얼과 특별감사, 파면 해임을 포함한 80% 징계, 검찰 고발로 대응했습니다. 교육청이 교육을 다루는 기관이긴 하나, 교육적이진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학생들은 자율적인 인간으로 육성한다면서, 그 학생들을 교육하는 교사와 학교는 교육청의 통제 아래 가둬두려 한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다더니, 장휘국 교육감 10년, 광주의 교육 행정이 너무 딱딱하게 굳은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아쉬움이 듭니다.

(혹시 이 글을 보고, 어제 출연한 시교육청 장학관이 잘 대응하지 못했다는 생각은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토론을 수년 동안 진행했지만, 장학관의 토론 실력은 발군이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누구도 그 장학관보다 더 잘 해 내지는 못했을 겁니다. 문제는 표현 방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있는 것입니다.)